창의성과 열정을 가진 대한민국 개발자를 위한
인도와 한국 개발자, 그리고 새로운 도전
Tata Consultancy Services(TCS)의 한국지사 아툴 카푸르(Atul Kapoor) 대표는 “한국의 IT회사 중에는 국제적인 경쟁력이 높은 곳이 없습니다. 삼성이나 LG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솔루션이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 중심이라는 뜻입니다”라고 말했다.
<2008년 세계시장 진출전략 비즈니스 포럼>에서 인도 최대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수출회사인 Tata Consultancy Services(TSC)의 한국지사 아툴 카푸르 대표는 한국 소프트웨어 업계에 따끔한 조언을 했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업계는 하드웨어 중심이며, 인프라는 훌륭할 수 있지만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창출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 기업의 지사장이 던진 이 쓴 소리가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자못 궁금하다. 과연 인도의 소프트웨어 업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그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필자와 함께 인도로 여행을 떠나보자.
인도, 그리고 새로운 인도
인도(India)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마도 갠지스(Ganges)강과 타지마할(Taj Mahal)일 것이다. 그리고 고행을 하는 수도승과 사리(Saree)를 입은 여인들이 생각날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생각난다면 아마 친디아(Chindia) 펀드가 생각날 것 같다. 아직도 인도는 잠재력은 많지만 우리나라보다 낙후된 국가라고 대부분 생각한다.
하지만 인도를 깊이 살펴보면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인도의 대표적인 국민기업인 타타(Tata) 그룹은 139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7개 사업분야에서 91개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 또한 37개 국가에 66개의 공장과 서비스 센터를 갖춘 세계적인 기업이며, 2004년에는 대우상용차를 인수하여 타타대우상용차라는 회사를 탄생시켰다. 우리나라의 삼성이나 LG가 인도에 진출한 것과 같이 이제 인도기업인 타타도 우리나라에 진출한 것이다.
타타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인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TCS는 매출액 29억불을 돌파했고, 소프트웨어 컨설턴트로 3만5,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최근 타타그룹이 전세계 사람들에게 유명해진 이유는 자동차의 10만 루피(약 240만 원)짜리 국민차인 나노(Nano) 자동차 때문이다. 나노 출시 행사에서 라탄 타타(Ratan Tata) 회장은 “두 바퀴의 스쿠터를 아빠가 운전하고 자녀를 앞에 태운 채 뒤에는 갓난아기를 안고 타고 다니는 가족들이 흔하다. 그들에게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안전을 제공할 수 있는 차량을 공급하는 것이 나노의 목표”라고 말했다. 사회환원에 적극적인 타타 그룹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노를 만들어낸 이유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
타타 같은 회사는 인도에서 하나쯤 있을법한 회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인도의 진면목은 이제 시작이다.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인 관계로 많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인교(해외 거주 인도인)들은 유태인과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강한 열정을 갖고 새로운 삶을 개척했다. 현재 영국에 거주하는 인교는 대략 100만 명 정도인데, 사회의 각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인교 최고의 거부이자 세계 3위의 부호인 락시미 미탈(Lakshmi Mittal)은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인교 출신의 정치인들이다. 인도인뿐만 아니라 영국인에게도 존경받는 상원의원인 스왈라지 폴(Swaraj Paul)경이 대표적이다. 현재까지 인도 출신의 영국 상원의원은 모두 6명이나 된다. 이는 인도인들이 영국의 상류사회를 이끌고 있다는 반증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영국의 전설적인 록 그룹인 퀸의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와 세계적인 명 지휘자인 주빈 메타(Zubin Mehta) 역시 인교라는 점이다.
인교들은 미국에서도 거침없이 활약 중이다. 1965년 미국의 이민법이 개정된 후 많은 인도인들이 미국으로의 이민을 시작했다. 2000년 인구센서스에 의하면 인도계 미국인(170만 명)은 세 번째로 큰 아시아 이민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서 IT붐이 일면서 그 수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인교들의 직업인데, 인도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1%에도 못 미치지만 과학자,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전문가 중 인도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5%를 상회한다. 미국 내 모든 의료업계 종사자 중 인도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10%이지만, 전체 의사 중 인도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38%나 된다. 또한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 중 약 30%가 인도계이며,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의 34%, 보잉사 직원의 35%, 나사 직원의 36%가 인도계다.
특히 인교들은 미국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사장이었던 로노 더타(Rono Dutta), 유에스항공사의 CEO였던 라케시 강왈(Rakesh Gangwal), 세계 최고의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의 CEO였던 라자트 굽타(Rajat Gupta), 펩시콜라의 여성 CEO인 인드라 누이(Indra Nooyi)등이 모두 인교다.
미국 외에도 많은 인교들이 전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분야에서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캐나다 서남부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우잘 도산즈(Ujjal Dosanjh) 주지사, 트리니다드의 바수데브 판데이(Basudev Panday) 총리, 싱가포르의 나단(Sellapan Ramanathan) 대통령 등이 있다.
인도는 하얀 소와 같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인도 밖의 인도인들은 빠르고 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인도의 밖에서 시작된 새로운 인도는 이제 인도 안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인도를 새롭게 만드는 사람들
인도가 우리에게 주목 받는 이유는 인도인들이 IT업계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7세에 썬마이크로시스템을 공동 창업한 비노스 코슬라(Vinod Khosla)가 있다. 현재 그는 세계적인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인도 출신의 유망한 IT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이는 상당히 부러운 점인데,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있었다면 국내 IT기업들이 더욱 빛을 발휘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핫메일을 마이크로소프트에 4억 달러에 판매한 사비어 바티아(Sabeer Bhatia)는 현재 인도 발전을 위해 인도 하리아나주에 ‘나노시티(Nano City)’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나노시티에는 나노기술, 바이오 과학, 소프트웨어 제품 개발, 차세대 인터넷 제품, 소재 연구, 에너지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 50여 만 명이 거주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인도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나노기술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사비어 바티아는 자신의 조국인 인도에 새로운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펜티엄 칩의 아버지 비노드 담(Vinod Dahm) 역시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인도 정부와 기업이 공격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의 반도체 테스트 및 조립 부문은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인도 정부와 인도 재외동포들이 공동 설립한 반도체 회사인 셈인디아는 7,50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하이데라바드(Hyderabad, Andhra Pradesh)에 반도체 조립, 테스트, 마킹, 패키지 공장을 설립 중이다. 하이데라바드에는 AMD와 같은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들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아마 몇 년 후에는 실리콘밸리에 이어 하이데라바드 밸리가 주목 받을 것 같다.
이와 같은 인도의 발전 뒤에는 당연히 비노드 담의 활약이 있었는데, 그는 “인도는 반도체 설계와 테스트 분야에서 강점을 쌓는데 노력할 것이고, 반도체 제조는 그 분야에 가장 효율적인 나라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실로 무서운 말이다.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인 반도체 설계와 테스트를 인도가 주도하겠다는 의미다. 반도체 강국임을 자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게 많은 경종을 울리는 말이라 생각된다.
이 외에 대표적인 인물로는 루슨트 테크놀로지의 수석 과학자이자 벨 연구소의 소장인 아룬 네트라발리(Arun Netravali) 역시 인도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특히 아룬 네트라발리는 인도 명문대학인 인도공과대학(IIT, 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Bombay) 출신이어서 많은 인도 대학생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다.
이외에도 광통신 기업인 시카모어 네트웍스의 창업자인 구루라지 데시판데(Gururaj Deshpande) 등이 있다. IT 각 분야에서 인교의 활약은 정말 눈부시다.
인도를 새롭게 만드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인도 밖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인도의 새로운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교가 인도 밖에서 인도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면, 인도 내에서는 인포시스 테크놀로지(Infosys Technologies)의 나라야나 무르티(N. R. Narayana Murthy) 회장이나 위프로 테크놀로지(Wipro Technologies)의 아짐 프렌지(Azim Premji) CEO 등이 인도를 새롭게 하고 있다.
인도의 3대 소프트웨어 기업은 TCS, 인포시스와 위프로다. TCS의 경우 2005년 매출액이 29억 달러 이상이었으며, 인포시스와 위프로는 20억 달러 이상이었다. 모두 원화로 2조 이상으로,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기업에서는 상상도 못할 매출액이다.
이미 인도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강국이다.
정말 놀라운 것은 TCS의 직원이 2007년 4/4분기 기준으로 8만9,419명이라는 것이다. TCS의 고용효과를 보면서 필자는 진정으로 고용효과가 큰 부분이 소프트웨어라는 확신을 하게 됐다. TCS는 비즈니스위크가 2006년 발표한 <Info Tech 100> 랭킹에서 마이크로소프트나 HP와 같은 쟁쟁한 IT기업보다 높은 순위인 3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TCS의 한국 지사장의 자신감은 여기서 나온다.
아울러 인포시스는 인도 기업 최초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으며, 미국 유명회사에 못지않은 완벽한 복지시설을 제공한다. 인포시스의 나라야나 무르티 회장은 직원들의 복지후생에만 관심을 쏟는 것이 아니라 빈민구제에도 거금을 쾌척하고 있으며, 최고 수준의 도덕성과 양심을 소유한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인도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인도 최대의 거부는 위프로의 아짐 프렌지 CEO다. 원래 위프로는 식용유 생산을 하였으나, 아짐 프렌지의 노력으로 인도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었다. 특히 인도 처음으로 CMM(Capability Maturity Model) 레벨 5를 획득하였다. 검소한 생활을 하는 아짐 프렌지 회장은 초등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매년 500만 달러를 출연하는 아짐 프렌지 재단을 통하여 인도 전역의 200만명 이상의 어린이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 IT산업에 재투자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안철수 박사님이 현재 벤처 캐피털리스트 및 KAIST 교수로 재직 중이다. IT에 있어 벤처 캐피털리스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유망한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자본력이 없는 스타트업 기업에게 훌륭한 안목을 가진 벤처 캐피털리스트의 지원이 있다면 당연히 성공확률은 높아진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훌륭한 안목을 가진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많이 활동할수록 성공적인 IT벤처들이 많이 탄생될 것이다.
자신만의 성공을 넘어 조국인 인도의 성공까지 이끌어내기 위해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활동하는 많은 인교들의 노력과 소프트웨어 기업의 노력이 매일 매일 인도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그리고 한국의 소프트웨어
인도의 IT산업은 인도 경제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다. 2007년 GDP 기여도가 5.4%에 달했고, 고용창출 효과는 지난 5년 동안 14%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 한 점은 한국의 IT의 중심은 하드웨어인 반면 인도 IT의 중심은 소프트웨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수출액을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한국의 소프트웨어 수출액은 1,658백만 달러지만, 같은 기간 인도의 수출액은 우리의 20배를 넘는 31,900백만 달러였다.
금액상의 차이를 넘어 가장 중요한 점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의 한국과 인도의 수출액 추이다. 추이를 보면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매년 크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 수출액이 매년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인도에 비하면 증가폭이 훨씬 작다.
IT전체에서 소프트웨어 관련 수출만 비교해서 이런 큰 격차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인도의 하드웨어 기반의 IT 수출도 조만간 크게 성장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소프트웨어 수출액보다 더 중요한 비교지수가 소프트웨어 종사자의 수라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인재이기 때문이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종사자 수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한국의 소프트웨어 종사자 수는 현상유지정도다. 인도와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종사자 수를 비교해 보면 인도가 훨씬 많은 종사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와의 차이가 2002년에는 5배, 2007년에는 12배 정도나 된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종사자는 2002년 11만2,000명이었는데, 2005년에는 11만 명으로 더 줄었다가 2006년에 소폭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인도와 달리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2005년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나타낸다.
혹시 신입사원이 언제 입사했는지 기억하는가?
이렇게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성장이 멈춰있는 동안 인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12배나 많은 사람들이 소프트웨어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일까?
인도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 수출국이다.
미국에 주로 수출이 되는데, 미국입장에서는 값싸면서 양질의 소프트웨어를 공급받을 수 있는 중요한 파트너가 인도였다. 2000년 3월 미국의 클린턴대통령이 냉전 이후 처음으로 인도를 방문하면서부터 양국관계는 공식적인 관계로 격상되었다. 이후 인도 정부의 강력한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책, 그리고 미국과 같은 해외로부터의 적극적으로 소프트웨어 오프쇼어링(offshoring)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도 이뤄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도에 해외 MS연구소 중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인도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자신들의 기술수준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도 소프트웨어 기업 상위 300개사 중 ISO 9000이나 CMM 인증을 받은 기업이 2000년 5월 기준으로 148곳에 달했고, 특히 CMM 레벨 5를 획득한 기업이 2000년 5월 기준으로 전세계적으로 23개에 불과한데 그 중 15개가 인도기업이었다.
아울러 인도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더욱 높은 고부가가치 부문으로 소프트웨어 관련 역량 확대를 위해 R&D에 깊은 관심을 갖고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TCS의 경우 매년 매출액의 6~8%를 직원들의 훈련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1981년부터 TRDDC(Tata Research Development and Design Centre)를 설립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툴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여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위프로나 인포시스 등도 모두 대규모의 소프트웨어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하드웨어 및 통신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연구원들을 위한 쾌적한 주거 환경 및 레저, 여가시설도 구비돼 있다.
이렇게 인도 정부와 관련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안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은 무엇을 했는가? 인도 정부는 소프트웨어를 통하여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데, 아직도 우리나라 정부는 환경을 파괴하면서 국민이 반대하는 땅만 팔 생각만 하고 있지 않은가?
인도와 한국 개발자, 그리고 새로운 도전
여기까지 읽었다면 아마도 새로운 인도에 많이 놀랐을 것이라 생각된다. 인도의 약진에 긴장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국내 일부 기업에서는 인도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으며, 중요 소프트웨어를 인도에 아웃소싱하는 경우도 증가하는 추세다. 만약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처럼 아웃소싱 비중을 높여간다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아직은 국내에서의 글로벌 아웃소싱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으며, 세계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프트웨어 시장의 규모로 인해 인도 기업에서도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미 인도 외에도 필리핀, 베트남과 중국 역시 소프트웨어 산업을 집중 육성시키려 하며, 더욱이 인도와 마찬가지로 오프쇼어링 시장을 중심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소프트웨어 아웃소싱은 확산의 문제일 뿐 대세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을 탓하고 있을 사이에 인도와 같은 신흥 개발도상국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많은 한국 개발자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1인실과 쾌적한 의자, 무한 공급되는 음료와 달콤한 식사를 상상하며, 국내의 개발현실을 한탄하곤 한다.
과연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는 개발자들은 아무 걱정이 없을까?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미국 개발자를 상상해 보자. 아마 동료의 30%는 인도 최고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후 H-1B(전문직 취업비자)를 받은 인교일 것이다. 그 밖에도 다른 나라에서 출중한 실력을 갖춘 개발자와 함께 일하고 있을 것이다. 과연 미국 실리콘 밸리의 개발자에게 지원되는 꿈같은 환경이 달콤하기만 할까? 만약 여러분들이 실리콘 밸리에서 일한다면 인도 출신의 동료보다 더 나은 실력을 갖추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사실 필자도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한탄하고 있을 때, 인도의 어느 개발자는 실리콘밸리의 꿈같은 환경에서 일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실제로 인도의 어느 개발자는 미국 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는 개발자의 1/3은 인교이지만, 한국개발자는 1/100도 안되지 않는가?
왜 인도 출신의 개발자는 실리콘 밸리에 진출할 수 있었는가? 그들의 실력이 우리보다 정말 월등하게 뛰어나는가?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도 출신의 개발자와 한국 개발자의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창의성과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였다는 것이다. 한국 개발자가 국내 현실을 탓하고 있을 동안,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인도 출신의 개발자는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여 세계적인 실력을 갖춘 것뿐이다.
필자는 우연하게 인도 현지에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인도인 친구를 알고 있다. 절대적으로 비교할 순 없지만, 그의 삶의 질보다 여러분의 삶의 질이 훨씬 좋다. 하지만 그 친구는 자신감을 가지고 필자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IT 기술과 트랜드를 말해준다. 불행히도 필자 주변에는 이 인도 친구처럼 열정적인 개발자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개발자와 이야기할 때는 무엇인가 자신감이 없다고 느낄 때가 많다. 여기서부터 인도와 한국의 차이가 시작되지 않았을까?
다시 생각해보면 인도를 새롭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동력은 인도라는 불만족스러운 공간을 뛰쳐나가서 창의력과 열정을 가지고 새로운 땅에서 도전하였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결코 인도 안에서 인도 시장의 환경적인 문제만 탓하고 있었다면, 비노스 코슬라, 사비어 바티아, 비노드 담과 같은 인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울러 인도 내의 여건만 탓하였다면 세계적인 기업은 TSC나 인포시스, 위프로 같은 회사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도 인도의 인터넷 환경이나 다른 삶의 여건은 매우 열악하다.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IT 강국이며,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창의력과 열정을 가진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필자는 소프트웨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창의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창의력을 구체화하려는 열정과 도전의식이라고 생각한다.
하드웨어 중심의 IT 강국에서 진정한 가치를 창조해내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IT 강국으로 전환해야 할 때이다. 또한 이미 전 세계의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은 글로벌화되어 있으며 언제든지 인터넷을 통하여 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다.
우리가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던 수 많은 인교들의 성공에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비노스 코슬라 역시 답답하고 열악한 인도를 탓하기 보다는 자신의 창의성을 넓고 높게 키우기 위하여 도전하였기에, 지금 인도를 새롭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분야의 성공은 환경을 탓하기 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하였기에 이루어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을 탓하기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여러분의 창의성을 키우고 열정을 가지고 지금 도전한다면 분명히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분야를 새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인도를 새롭게 만든 사람들처럼 우리도 우리나라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최고의 IT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창의력과 열정을 가지고 도전한다면 분명히 인교의 성공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으며, 인도의 소프트웨어의 발전보다 더 큰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전 세계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은 이미 열려있다. 지금 번뜻 이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가의 문제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나라를 더욱 새롭게 만들어야 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인도에서 유래된 Guru라는 용어는 많은 지식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 보다는 자신의 믿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깨어있는 사람이다.
출처 : http://blog.java2game.com/210
인도와 한국 개발자, 그리고 새로운 도전
Tata Consultancy Services(TCS)의 한국지사 아툴 카푸르(Atul Kapoor) 대표는 “한국의 IT회사 중에는 국제적인 경쟁력이 높은 곳이 없습니다. 삼성이나 LG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솔루션이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 중심이라는 뜻입니다”라고 말했다.
<2008년 세계시장 진출전략 비즈니스 포럼>에서 인도 최대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수출회사인 Tata Consultancy Services(TSC)의 한국지사 아툴 카푸르 대표는 한국 소프트웨어 업계에 따끔한 조언을 했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업계는 하드웨어 중심이며, 인프라는 훌륭할 수 있지만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창출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 기업의 지사장이 던진 이 쓴 소리가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자못 궁금하다. 과연 인도의 소프트웨어 업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그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필자와 함께 인도로 여행을 떠나보자.
인도, 그리고 새로운 인도
인도(India)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마도 갠지스(Ganges)강과 타지마할(Taj Mahal)일 것이다. 그리고 고행을 하는 수도승과 사리(Saree)를 입은 여인들이 생각날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생각난다면 아마 친디아(Chindia) 펀드가 생각날 것 같다. 아직도 인도는 잠재력은 많지만 우리나라보다 낙후된 국가라고 대부분 생각한다.
하지만 인도를 깊이 살펴보면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인도의 대표적인 국민기업인 타타(Tata) 그룹은 139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7개 사업분야에서 91개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 또한 37개 국가에 66개의 공장과 서비스 센터를 갖춘 세계적인 기업이며, 2004년에는 대우상용차를 인수하여 타타대우상용차라는 회사를 탄생시켰다. 우리나라의 삼성이나 LG가 인도에 진출한 것과 같이 이제 인도기업인 타타도 우리나라에 진출한 것이다.
타타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인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TCS는 매출액 29억불을 돌파했고, 소프트웨어 컨설턴트로 3만5,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최근 타타그룹이 전세계 사람들에게 유명해진 이유는 자동차의 10만 루피(약 240만 원)짜리 국민차인 나노(Nano) 자동차 때문이다. 나노 출시 행사에서 라탄 타타(Ratan Tata) 회장은 “두 바퀴의 스쿠터를 아빠가 운전하고 자녀를 앞에 태운 채 뒤에는 갓난아기를 안고 타고 다니는 가족들이 흔하다. 그들에게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안전을 제공할 수 있는 차량을 공급하는 것이 나노의 목표”라고 말했다. 사회환원에 적극적인 타타 그룹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노를 만들어낸 이유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
타타 같은 회사는 인도에서 하나쯤 있을법한 회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인도의 진면목은 이제 시작이다.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인 관계로 많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인교(해외 거주 인도인)들은 유태인과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강한 열정을 갖고 새로운 삶을 개척했다. 현재 영국에 거주하는 인교는 대략 100만 명 정도인데, 사회의 각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인교 최고의 거부이자 세계 3위의 부호인 락시미 미탈(Lakshmi Mittal)은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인교 출신의 정치인들이다. 인도인뿐만 아니라 영국인에게도 존경받는 상원의원인 스왈라지 폴(Swaraj Paul)경이 대표적이다. 현재까지 인도 출신의 영국 상원의원은 모두 6명이나 된다. 이는 인도인들이 영국의 상류사회를 이끌고 있다는 반증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영국의 전설적인 록 그룹인 퀸의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와 세계적인 명 지휘자인 주빈 메타(Zubin Mehta) 역시 인교라는 점이다.
인교들은 미국에서도 거침없이 활약 중이다. 1965년 미국의 이민법이 개정된 후 많은 인도인들이 미국으로의 이민을 시작했다. 2000년 인구센서스에 의하면 인도계 미국인(170만 명)은 세 번째로 큰 아시아 이민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서 IT붐이 일면서 그 수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인교들의 직업인데, 인도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1%에도 못 미치지만 과학자,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전문가 중 인도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5%를 상회한다. 미국 내 모든 의료업계 종사자 중 인도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10%이지만, 전체 의사 중 인도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38%나 된다. 또한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 중 약 30%가 인도계이며,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의 34%, 보잉사 직원의 35%, 나사 직원의 36%가 인도계다.
특히 인교들은 미국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사장이었던 로노 더타(Rono Dutta), 유에스항공사의 CEO였던 라케시 강왈(Rakesh Gangwal), 세계 최고의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의 CEO였던 라자트 굽타(Rajat Gupta), 펩시콜라의 여성 CEO인 인드라 누이(Indra Nooyi)등이 모두 인교다.
미국 외에도 많은 인교들이 전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분야에서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캐나다 서남부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우잘 도산즈(Ujjal Dosanjh) 주지사, 트리니다드의 바수데브 판데이(Basudev Panday) 총리, 싱가포르의 나단(Sellapan Ramanathan) 대통령 등이 있다.
인도는 하얀 소와 같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인도 밖의 인도인들은 빠르고 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인도의 밖에서 시작된 새로운 인도는 이제 인도 안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인도를 새롭게 만드는 사람들
인도가 우리에게 주목 받는 이유는 인도인들이 IT업계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7세에 썬마이크로시스템을 공동 창업한 비노스 코슬라(Vinod Khosla)가 있다. 현재 그는 세계적인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인도 출신의 유망한 IT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이는 상당히 부러운 점인데,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있었다면 국내 IT기업들이 더욱 빛을 발휘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핫메일을 마이크로소프트에 4억 달러에 판매한 사비어 바티아(Sabeer Bhatia)는 현재 인도 발전을 위해 인도 하리아나주에 ‘나노시티(Nano City)’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나노시티에는 나노기술, 바이오 과학, 소프트웨어 제품 개발, 차세대 인터넷 제품, 소재 연구, 에너지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 50여 만 명이 거주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인도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나노기술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사비어 바티아는 자신의 조국인 인도에 새로운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펜티엄 칩의 아버지 비노드 담(Vinod Dahm) 역시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인도 정부와 기업이 공격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의 반도체 테스트 및 조립 부문은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인도 정부와 인도 재외동포들이 공동 설립한 반도체 회사인 셈인디아는 7,50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하이데라바드(Hyderabad, Andhra Pradesh)에 반도체 조립, 테스트, 마킹, 패키지 공장을 설립 중이다. 하이데라바드에는 AMD와 같은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들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아마 몇 년 후에는 실리콘밸리에 이어 하이데라바드 밸리가 주목 받을 것 같다.
이와 같은 인도의 발전 뒤에는 당연히 비노드 담의 활약이 있었는데, 그는 “인도는 반도체 설계와 테스트 분야에서 강점을 쌓는데 노력할 것이고, 반도체 제조는 그 분야에 가장 효율적인 나라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실로 무서운 말이다.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인 반도체 설계와 테스트를 인도가 주도하겠다는 의미다. 반도체 강국임을 자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게 많은 경종을 울리는 말이라 생각된다.
이 외에 대표적인 인물로는 루슨트 테크놀로지의 수석 과학자이자 벨 연구소의 소장인 아룬 네트라발리(Arun Netravali) 역시 인도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특히 아룬 네트라발리는 인도 명문대학인 인도공과대학(IIT, 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Bombay) 출신이어서 많은 인도 대학생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다.
이외에도 광통신 기업인 시카모어 네트웍스의 창업자인 구루라지 데시판데(Gururaj Deshpande) 등이 있다. IT 각 분야에서 인교의 활약은 정말 눈부시다.
인도를 새롭게 만드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인도 밖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인도의 새로운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교가 인도 밖에서 인도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면, 인도 내에서는 인포시스 테크놀로지(Infosys Technologies)의 나라야나 무르티(N. R. Narayana Murthy) 회장이나 위프로 테크놀로지(Wipro Technologies)의 아짐 프렌지(Azim Premji) CEO 등이 인도를 새롭게 하고 있다.
인도의 3대 소프트웨어 기업은 TCS, 인포시스와 위프로다. TCS의 경우 2005년 매출액이 29억 달러 이상이었으며, 인포시스와 위프로는 20억 달러 이상이었다. 모두 원화로 2조 이상으로,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기업에서는 상상도 못할 매출액이다.
이미 인도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강국이다.
정말 놀라운 것은 TCS의 직원이 2007년 4/4분기 기준으로 8만9,419명이라는 것이다. TCS의 고용효과를 보면서 필자는 진정으로 고용효과가 큰 부분이 소프트웨어라는 확신을 하게 됐다. TCS는 비즈니스위크가 2006년 발표한 <Info Tech 100> 랭킹에서 마이크로소프트나 HP와 같은 쟁쟁한 IT기업보다 높은 순위인 3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TCS의 한국 지사장의 자신감은 여기서 나온다.
아울러 인포시스는 인도 기업 최초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으며, 미국 유명회사에 못지않은 완벽한 복지시설을 제공한다. 인포시스의 나라야나 무르티 회장은 직원들의 복지후생에만 관심을 쏟는 것이 아니라 빈민구제에도 거금을 쾌척하고 있으며, 최고 수준의 도덕성과 양심을 소유한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인도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인도 최대의 거부는 위프로의 아짐 프렌지 CEO다. 원래 위프로는 식용유 생산을 하였으나, 아짐 프렌지의 노력으로 인도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었다. 특히 인도 처음으로 CMM(Capability Maturity Model) 레벨 5를 획득하였다. 검소한 생활을 하는 아짐 프렌지 회장은 초등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매년 500만 달러를 출연하는 아짐 프렌지 재단을 통하여 인도 전역의 200만명 이상의 어린이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 IT산업에 재투자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안철수 박사님이 현재 벤처 캐피털리스트 및 KAIST 교수로 재직 중이다. IT에 있어 벤처 캐피털리스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유망한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자본력이 없는 스타트업 기업에게 훌륭한 안목을 가진 벤처 캐피털리스트의 지원이 있다면 당연히 성공확률은 높아진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훌륭한 안목을 가진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많이 활동할수록 성공적인 IT벤처들이 많이 탄생될 것이다.
자신만의 성공을 넘어 조국인 인도의 성공까지 이끌어내기 위해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활동하는 많은 인교들의 노력과 소프트웨어 기업의 노력이 매일 매일 인도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그리고 한국의 소프트웨어
인도의 IT산업은 인도 경제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다. 2007년 GDP 기여도가 5.4%에 달했고, 고용창출 효과는 지난 5년 동안 14%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 한 점은 한국의 IT의 중심은 하드웨어인 반면 인도 IT의 중심은 소프트웨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수출액을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프 1 인도와 한국의 소프트웨어 수출액 비교
소프트웨어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한국의 소프트웨어 수출액은 1,658백만 달러지만, 같은 기간 인도의 수출액은 우리의 20배를 넘는 31,900백만 달러였다.
금액상의 차이를 넘어 가장 중요한 점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의 한국과 인도의 수출액 추이다. 추이를 보면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매년 크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 수출액이 매년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인도에 비하면 증가폭이 훨씬 작다.
IT전체에서 소프트웨어 관련 수출만 비교해서 이런 큰 격차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인도의 하드웨어 기반의 IT 수출도 조만간 크게 성장할 것이다.
그래프 2 인도와 한국의 소프트웨어 종사자수 비교
개인적으로는 소프트웨어 수출액보다 더 중요한 비교지수가 소프트웨어 종사자의 수라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인재이기 때문이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종사자 수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한국의 소프트웨어 종사자 수는 현상유지정도다. 인도와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종사자 수를 비교해 보면 인도가 훨씬 많은 종사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와의 차이가 2002년에는 5배, 2007년에는 12배 정도나 된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종사자는 2002년 11만2,000명이었는데, 2005년에는 11만 명으로 더 줄었다가 2006년에 소폭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인도와 달리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2005년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나타낸다.
혹시 신입사원이 언제 입사했는지 기억하는가?
이렇게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성장이 멈춰있는 동안 인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12배나 많은 사람들이 소프트웨어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일까?
인도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 수출국이다.
미국에 주로 수출이 되는데, 미국입장에서는 값싸면서 양질의 소프트웨어를 공급받을 수 있는 중요한 파트너가 인도였다. 2000년 3월 미국의 클린턴대통령이 냉전 이후 처음으로 인도를 방문하면서부터 양국관계는 공식적인 관계로 격상되었다. 이후 인도 정부의 강력한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책, 그리고 미국과 같은 해외로부터의 적극적으로 소프트웨어 오프쇼어링(offshoring)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도 이뤄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도에 해외 MS연구소 중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인도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자신들의 기술수준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도 소프트웨어 기업 상위 300개사 중 ISO 9000이나 CMM 인증을 받은 기업이 2000년 5월 기준으로 148곳에 달했고, 특히 CMM 레벨 5를 획득한 기업이 2000년 5월 기준으로 전세계적으로 23개에 불과한데 그 중 15개가 인도기업이었다.
아울러 인도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더욱 높은 고부가가치 부문으로 소프트웨어 관련 역량 확대를 위해 R&D에 깊은 관심을 갖고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TCS의 경우 매년 매출액의 6~8%를 직원들의 훈련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1981년부터 TRDDC(Tata Research Development and Design Centre)를 설립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툴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여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위프로나 인포시스 등도 모두 대규모의 소프트웨어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하드웨어 및 통신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연구원들을 위한 쾌적한 주거 환경 및 레저, 여가시설도 구비돼 있다.
이렇게 인도 정부와 관련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안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은 무엇을 했는가? 인도 정부는 소프트웨어를 통하여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데, 아직도 우리나라 정부는 환경을 파괴하면서 국민이 반대하는 땅만 팔 생각만 하고 있지 않은가?
인도와 한국 개발자, 그리고 새로운 도전
여기까지 읽었다면 아마도 새로운 인도에 많이 놀랐을 것이라 생각된다. 인도의 약진에 긴장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국내 일부 기업에서는 인도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으며, 중요 소프트웨어를 인도에 아웃소싱하는 경우도 증가하는 추세다. 만약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처럼 아웃소싱 비중을 높여간다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아직은 국내에서의 글로벌 아웃소싱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으며, 세계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프트웨어 시장의 규모로 인해 인도 기업에서도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미 인도 외에도 필리핀, 베트남과 중국 역시 소프트웨어 산업을 집중 육성시키려 하며, 더욱이 인도와 마찬가지로 오프쇼어링 시장을 중심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소프트웨어 아웃소싱은 확산의 문제일 뿐 대세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을 탓하고 있을 사이에 인도와 같은 신흥 개발도상국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많은 한국 개발자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1인실과 쾌적한 의자, 무한 공급되는 음료와 달콤한 식사를 상상하며, 국내의 개발현실을 한탄하곤 한다.
과연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는 개발자들은 아무 걱정이 없을까?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미국 개발자를 상상해 보자. 아마 동료의 30%는 인도 최고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후 H-1B(전문직 취업비자)를 받은 인교일 것이다. 그 밖에도 다른 나라에서 출중한 실력을 갖춘 개발자와 함께 일하고 있을 것이다. 과연 미국 실리콘 밸리의 개발자에게 지원되는 꿈같은 환경이 달콤하기만 할까? 만약 여러분들이 실리콘 밸리에서 일한다면 인도 출신의 동료보다 더 나은 실력을 갖추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사실 필자도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한탄하고 있을 때, 인도의 어느 개발자는 실리콘밸리의 꿈같은 환경에서 일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실제로 인도의 어느 개발자는 미국 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는 개발자의 1/3은 인교이지만, 한국개발자는 1/100도 안되지 않는가?
왜 인도 출신의 개발자는 실리콘 밸리에 진출할 수 있었는가? 그들의 실력이 우리보다 정말 월등하게 뛰어나는가?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도 출신의 개발자와 한국 개발자의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창의성과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였다는 것이다. 한국 개발자가 국내 현실을 탓하고 있을 동안,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인도 출신의 개발자는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여 세계적인 실력을 갖춘 것뿐이다.
필자는 우연하게 인도 현지에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인도인 친구를 알고 있다. 절대적으로 비교할 순 없지만, 그의 삶의 질보다 여러분의 삶의 질이 훨씬 좋다. 하지만 그 친구는 자신감을 가지고 필자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IT 기술과 트랜드를 말해준다. 불행히도 필자 주변에는 이 인도 친구처럼 열정적인 개발자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개발자와 이야기할 때는 무엇인가 자신감이 없다고 느낄 때가 많다. 여기서부터 인도와 한국의 차이가 시작되지 않았을까?
다시 생각해보면 인도를 새롭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동력은 인도라는 불만족스러운 공간을 뛰쳐나가서 창의력과 열정을 가지고 새로운 땅에서 도전하였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결코 인도 안에서 인도 시장의 환경적인 문제만 탓하고 있었다면, 비노스 코슬라, 사비어 바티아, 비노드 담과 같은 인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울러 인도 내의 여건만 탓하였다면 세계적인 기업은 TSC나 인포시스, 위프로 같은 회사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도 인도의 인터넷 환경이나 다른 삶의 여건은 매우 열악하다.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IT 강국이며,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창의력과 열정을 가진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필자는 소프트웨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창의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창의력을 구체화하려는 열정과 도전의식이라고 생각한다.
하드웨어 중심의 IT 강국에서 진정한 가치를 창조해내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IT 강국으로 전환해야 할 때이다. 또한 이미 전 세계의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은 글로벌화되어 있으며 언제든지 인터넷을 통하여 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다.
우리가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던 수 많은 인교들의 성공에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비노스 코슬라 역시 답답하고 열악한 인도를 탓하기 보다는 자신의 창의성을 넓고 높게 키우기 위하여 도전하였기에, 지금 인도를 새롭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분야의 성공은 환경을 탓하기 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하였기에 이루어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을 탓하기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여러분의 창의성을 키우고 열정을 가지고 지금 도전한다면 분명히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분야를 새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인도를 새롭게 만든 사람들처럼 우리도 우리나라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최고의 IT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창의력과 열정을 가지고 도전한다면 분명히 인교의 성공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으며, 인도의 소프트웨어의 발전보다 더 큰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전 세계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은 이미 열려있다. 지금 번뜻 이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가의 문제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나라를 더욱 새롭게 만들어야 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인도에서 유래된 Guru라는 용어는 많은 지식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 보다는 자신의 믿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깨어있는 사람이다.
출처 : http://blog.java2game.com/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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