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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12년차 개발자 이야기 - 1부

RevFactory 2021. 11. 2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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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아저씨의 컴퓨터 교실"

이란 제목으로 교실 뒤쪽 게시판에 게시물이 걸렸다.

평소 컴퓨터와 관련된 이야기를 썩 잘 나누던 나에게 담임 선생님이 제안을 주셨다. 한달에 한번 학급 게시판에 글을 써서 붙여보지 않겠냐고. 이후에 집에는 그 비쌌던 레이저 프린터도 생기게 되고, CPU, 메모리 이야기부터 각종 컴퓨터 팁 들을 정리해서 붙이게 되었다. 황씨 아저씨? 초등학생에게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호칭이였지만 주변 친구들은 내가 붙이는 이야기들을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나의 개발 이야기는 고등학교 1학년때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당시 나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전산반에 가입을 했었다. 하지만 높은 경쟁률에 비해서 정작 하는 일은 교내 컴퓨터실 청소와 열쇠 관리, 그리고 한번씩 컴퓨터실에서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 외에는 딱히 컴퓨터와 관련된 활동은 없었다. 그러다가 매년 열리는 고등학교 페스티벌이 개발을 시작하는데 큰 계기가 되었다. 빈 교실에 컴퓨터를 배치하고 각 서클들은 저 마다 준비한 내용을 선보여야 했다.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동안 옆 화학반에서는 이상한 화학 냄새가 진동하기도 했다. 우리는 조를 짜서 프로그램을 하나씩 만들어서 전시하기로 했는데 그때 나는 비주얼베이직으로 심리테스트 프로그램을 작성했다. 개발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포토샵을 이용해서 UI를 더 꾸몄던 것 같다. 이렇게 하여 화려한 UI를 탑재했던 심리 테스트 프로그램은 신기하게도 많은 이들이 재미있어 했다. 이 때 내 기분은 뭐랄까 남들은 못 하는 걸 해낸 기분이랄까?

 

당시 보통 고등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나도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학창시절을 보냈다. 다만 조금 다른점이 있었다면 게임을 이겨서 얻는 성취감보다 게임에서 제공하는 맵 에디터를 이용하고 매크로를 짜서 다른 친구로 하여금 내가 만든 것을 재미있게 하는 것이 더 흥미로웠다. 이때의 경험들이 이어져 군대에서도 엑셀의 비주얼 베이직 스크립트를 통해 블럭 옮기기 등 다양한 게임을 만들고 다음에 근무 교대 하는 팀에서 그걸 해결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이어졌던게 아닐까 싶다.

 

고등학교 3년동안 교과서보다는 컴퓨터를 좋아했던 나에게 대학교 시절 컴퓨터 공학은 꿈만 같은 캠퍼스 시절로 기억한다. 대학교때도 동아리를 가입했는데 교내에서 꽤나 문턱이 높기로 유명했다. 그 이름은 바로 AND (Attack&Defence) 해킹 방어를 의미하는 보안 동아리였다. 당시 대부분 복학생들로만 이뤄진 AND 동아리 선배들은 무서웠고, 동아리실도 컴공과 옥상 제일 끝에 위치하고 있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AND 선배들이 술도 너무 잘 마셔서 알코올&댄스로 불리기도 했었다고...) 대신 엘리트 선배들로 구성된 이 동아리만 가입하면, 학점은 물론 취업 걱정 없는 실력있다는게 큰 장점이었다. 힘든 면접을 통과하고 동아리에 가입이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의외로 연구하고 밤새 코딩하고 이런 기억보다 학교 옆 마을 복지센터에 매주 봉사활동을 나갔던 기억이 더 선명하다. 할아버지, 할머니 대상으로 메일 보내기, 아래아한글 작성하기, 인터넷 검색 등 이런 것들을 알려드렸는데 손자에게 첫 메일 보냈다는 할머니, 평소 궁금한게 많았는데 이제 인터넷으로 알 수 있어서 좋았다는 할아버지.. 지금도 좋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우리 컴공과 학생들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첫 IT 취업은 누구나 그랬듯이 나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교수님 추천으로 연결된 기업은 왠지 너무 연구실같아서 꺼려졌다. 대학교 4학년때 개발자 커뮤니티에 참여해서 매주 주말이면 활동을 하고는 했는데 거기서 생각보다 제의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이력서를 내면 1차 탈락, 심지어 2차 탈락.. 취업으로 세상에 나가는 일은 이제 막 졸업하는 대학생에게는 매우 큰 장벽이었다. 그러다가 아주 우연히 정부지원으로 인도 IT 기업 OJT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왔다. 영어 이력서에 영어 면접... 그리고 1년간 해외 거주..  대학교 학점이 좋아 1학기 일찍 졸업 가능한 조기 졸업을 앞두고 있었는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구직 활동을 계속 할 것인가? 남들에 비해 일찍 졸업한 이 기간을 투자해서 해외 기업을 경험해 보겠는가? 

 

 

2부에 이어서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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