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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 관점에서의 기술문서 가독성 향상 전략

RevFactory 2021. 2. 5. 04:43

출처 : tech.kakaoenterprise.com/100

 

언어학 관점에서의 기술문서 가독성 향상 전략 #기술문서 #테크니컬라이터 #TW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그동안 테크니컬커뮤니케이션 팀에서는 테크니컬 라이팅의 소개, 글쓰기 전략 등에 대한 내용을 다뤘었는데요. 오늘은 조금 특별하게 테크니컬 라이팅 관점이 아닌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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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독성 향상 전략

앞선 내용에서 기술문서에서 가독성을 저하시키는 대표적인 원인들을 살펴 보았습니다. 이제 원인을 파악했으니 해결 방법을 찾아볼까요? 저희는 이번 포스팅을 준비하면서 가독성을 개선해 줄 수 있는 언어학 관점에서의 몇 가지 이론들을 관심있게 살펴보았습니다.  

 통제언어

통제언어(Controlled Natural Language)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의 축소판입니다. 일상적인 언어 사용에서 본질적으로 나타나는 요소인 중의성 또는 모호함 등을 해소하기 위해 언어 사용의 규칙을 더 엄격하게 지정한 것으로, 문서의 가독성을 높일 수 있는 기법 중 하나입니다. 

통제언어는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 어휘부의 사용어휘 제약 : 지정된 단어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의미가 모호한 단어는 사용하지 않으며, 하나의 단어는 하나의 지정된 의미로 사용됩니다.

  • 문법부의 쓰기규칙 제약 : 지정된 문법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층위의 문장 구조나 불필요하게 긴 문장 형식은 사용하지 않으며, 문장의 어순을 엄격하게 규정합니다.

[표 1] 어휘부의 사용어휘 제약 예시 (출처: 통제언어 모형개발의 필요성과 방향)

어휘

할당된 의미/사용

승인된 예

비승인/금지 사용

가다 (동)

(어느 장소로) 가다

화면이 문서 아래로 갑니다.

밤이 깊어 간다.

가져오다 (동)

(구체적인 것을 누구에게/어디로) 가져오다

다음 명령은 원하는 문서를 가져옵니다.

충격을 가져오다.

가하다 (동)

비승인 : ‘더하다’ 또는 ‘주다’를 사용하라.

-

충격을 가하다.

변화를 가하다.

...

     

나오다 (동)

(어느 장소로) 나오다

화면에 표시가 나옵니다.

사진이 예쁘게 나오다.

...

     

하다 (동)

비승인 : 구체적인 의미를 가진 동사로 교체하라.

-

작업을 하다.

...

     

 

 

동사에 관련된 통제 어휘 제약을 살펴보면, 가령 일상 언어에서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될 수 있는 동사 '가다' 및 '나오다'는 통제 언어에서는 동작을 의미하는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동사 '하다'는 구체적인 의미를 가지지 않으므로, 구체적인 의미를 가진 동사로 교체하도록 지시합니다.

기술문서에서 통제언어를 사용하게 되면, 복합명제 문장, 불필요한 보조용언, 중의적 문장 구조 등 앞서 기술문서 가독성 저하의 원인으로 지적되었던 현상들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통제언어의 지정된 어휘와 문법을 외국어의 어휘와 문법에 대응시키면 기술문서의 번역을 용이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② 테마-레마 원리

같은 정보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쓰여질 수 있고, 그 방식에 따라 독자가 정보를 수용하는 정도도 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가독성도 달라질 수 있는데요. 문장의 어순 배치를 통해 정보 수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테마-레마(Topic and comment) 원리입니다.

[그림 5] 기술문서 내 개념들 간의 관계 (동일한 개념이 선으로 연결됨)

 

[그림 5]를 보면 기술문서 내에는 여러 개념이 연쇄적으로 등장하며 관계를 갖습니다. 실제로 개념을 설명한 문장, 한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다른 개념을 끌어온 문장 등이 존재합니다. 개념의 적절한 배치는 독자가 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테마-레마 원리는 어순이 자유로운 언어에서 테마가 주어(앞), 레마가 술어(뒤)에 위치하도록 하는 원리입니다. 테마(Theme; Topic)는 청자/독자의 일반지식에 속하는 보편적인 정보로, 상황이나 문맥에 주어져 있는 알려진 정보입니다. 반면 레마(Rheme; Comment/Focus)는 테마에 관련된 새로운 정보입니다. '테마' 및 '레마'라는 단어에서 보여지듯 이는 독일에서 온 말입니다. 독일어는 영어에 비해 어순이 자유롭기 때문에 테마-레마 원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림 6] 본문에 나타난 테마-레마 원리

 

[그림 6]은 앞서 본문에서 테마-레마 원리를 설명한 문장으로, 문장 자체도 테마-레마 원리를 준수하고 있습니다. 한 문장 내에서 테마(주제어)  레마(새로운 정보)가 테마-레마 순서로 등장합니다. 앞선 문장에서 '레마'였던 개념이 다음 문장에서 '테마'로 자리잡고, '레마'에 해당되는 새로운 정보를 설명하는 연쇄가 일어나는 것이 색깔과 화살표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어순이 자유로운 언어인 한국어에서도 테마-레마 원리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요? 테마-레마 원리가 한국어 화자에게도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자율조절읽기(self-paced reading)'라고 불리는 실험이 수행된 적이 있는데요. 자율조절읽기란 문장의 단어(또는 구)를 하나씩 보여주고, 특정 키를 누르면 다음 단어가 나와서 계속 읽을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한 단어 또는 구를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림 7] 자율조절읽기 과정

 

재미있는 사실은 테마-레마 원리를 준수한 문장과 준수하지 않은 문장으로 자율조절읽기 실험을 수행한 결과, 한국어에서도 테마-레마 어순을 적용했을 때 평균 읽기시간이 짧은 걸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실험 결과,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테마-레마 원리를 준수하여 문장을 작성했을 때 독자들이 문장을 더 빠르게 인식했습니다. 이는 독자들이 문장의 구조와 의미를 더 쉽게 받아들인 것으로 가독성이 향상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장 단위의 자율조절읽기 시간을 측정했을 때 테마-레마 원리를 준수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미묘한 차이가 발생했지만, 실제로 독자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문장을 읽어가며 원하는 정보를 찾아가기 때문에 이 조그만 차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글을 작성할 때 앞서 설명한 테마-레마 원리를 준수하는 것이 더 읽기 쉬운, 즉 가독성이 좋은 글을 작성하는 전략이 됩니다.



출처: https://tech.kakaoenterprise.com/100?fbclid=IwAR2bUocC1rL3P1KOVAv12zgQlhA-9WHwf3xDWDaQO4f2ACIBDEXY0GFZ_zw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기술블로그 Tech&(테크앤)]